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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신앙

한국의 민간신앙을 찾아서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마을의 수호신들

얇고 기다란 장대 위에 앉아 있는 새 한 마리, 나무 또는 돌로 만든 우락부락한 얼굴의 조각, 색색의 천이 나부끼는 오래된 나무 등은 한국을 여행하다 보면 종종 만나게 되는 민간신앙 상징물이다. 예로부터 한국인들은 마을 어귀에 이러한 조형물들을 세우고 그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왔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은 지금도 한국인들의 의식에 깊게 내재되어 있다.

솟대 _ 하늘과 땅의 메신저

솟대 이미지

수 미터(m)의 긴 장대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솟대'의 모양은 단순하면서도 신령스런 느낌을 자아낸다. 하늘에 사람들의 간절한 기원을 전달하려는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장대 끝에 있는 새(주로 오리나 기러기)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간혹 새의 입에 물고기를 물린 형태의 솟대를 볼 수 있는데, 천상계(天上界, 하늘 위의 세계)로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새에게 먹이를 주고자 하는 한국인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솟대에는 크게 마을을 수호하는 것과 풍년을 기원하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농촌에서 섣달(음력 12월) 즈음에 다음 해 농사가 잘 되길 바라는 의미로 볍씨를 넣은 주머니를 매달아 세우기도 했으며, 마을 입구에 수호신으로 세우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솟대의 역사는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옛 기록을 보면 삼한시대(三韓時代, 한국고대사에서 약 기원전 1세기~기원후 3세기까지의 시기)에 '소도'라는 곳이 있었는데, 여기에 솟대를 세웠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솟대'라는 단어의 기원을 '소도'에서 찾는 학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삼한시대의 소도는 무당(한국 무속신앙에서 신령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재자) 혹은 사제(司祭)가 살았던 매우 신성한 공간이었다. 죄인이 소도로 들어가면 잡아가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솟대는 소도의 신성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관광정보
솟대는 한국을 여행하다 보면 종종 만날 수 있지만, 충북 제천에 위치한 능강솟대문화공간을 방문하면 다양한 솟대의 모습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입장료: 무료
- 주소: 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산6
- 문의: 043-653-6160 (한)
- 관광안내전화: +82-43-1330 (한,영,일,중)

장승 _ 천의 얼굴을 가진 문지기

장승 이미지

장승은 한국의 마을 입구나 길가에서 지금도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이나 아프리카 부족들의 수호신인 목상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장승들은 부리부리한 눈에 입을 쩍 벌리고 있다. 하지만 무섭게 느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괴하면서도 익살스럽고, 때로는 근엄하기까지 하다. 돌 또는 나무로 만들며, 주로 남녀 한 쌍을 이룬다. 팔과 다리는 없거나 잘 드러나지 않으며, 얼굴이 크게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장승은 솟대와 함께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무서운 얼굴을 하고 마을 어귀에 서서 잡귀나 질병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것이다. 마을에 나쁜 일이 생기거나 전염병이 돌면 장승에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지역 간의 경계표나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길가나 마을 경계에 세운 장승에는 그것을 기점으로 주변 마을들과의 거리를 표시해 두기도 한 것이다.
장승은 한국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지만, 그 형태나 소재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남쪽 지역에는 주로 돌장승이 많고, 북쪽 지역에는 목(木,나무)장승이 많다. 돌장승은 얼굴이 둥글둥글하여 비교적 푸근한 인상을 주는 편이며, 목장승은 길쭉한 얼굴에 다소 험악한 표정인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장승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솟대나 선돌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이 있으며, 고대의 성기 숭배 사상에서 그 기원을 찾기도 한다. 장승의 확실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신석기나 청동기시대부터 이어져온 원시신앙의 조형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승의 기괴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얼굴은 한국의 전통 탈이나 도깨비(무섭지만 친근하기도 한 한국의 토속적인 잡귀신)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관광정보
장승은 솟대보다 흔하게 한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충남 청양군은 장승에 대한 각종 전설이 많고, 수백 년 전부터 장승제를 지내는 한국 최고의 장승문화 보존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청양군의 칠갑산 장승공원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장승들을 만나볼 수 있다.
 
- 관람시간: 상시 개방
- 입장료: 무료
- 주소: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 15
- 문의: 041-940-2224 (청양군청, 한)
- 관광안내전화: +82-41-1330 (한,영,일,중)

신목(神木) _ 신과 교신하는 안테나

신목 이미지

'당나무'라고도 불리는 '신목'은 솟대, 장승과 더불어 마을의 중요한 수호신이다.
수령이 오래되어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주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한국의 샤머니즘에서는 신목을 신과 사람, 하늘과 땅이 만나는 신성한 곳이라 여겼으며, 신령스런 존재가 머물러 있다고 믿기도 했다. 오래되고 거대한 나무가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고 여기며 신성하게 여긴 흔적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며, 그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최초의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에서도 신목을 찾아볼 수 있다. 곰이 쑥과 마늘만으로 연명하며 100일 동안 동굴에서 햇빛을 보지 않고 견뎌 여자가 되었고, 그녀가 태백산(한국 강원도에 있는 산)의 신단수(神壇樹, 신성한 나무) 아래에서 환웅(신의 아들)과 결혼하여 나은 '단군'이 한국인의 시조(始祖, 맨 처음이 되는 조상)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듯 신목은 예로부터 지상의 사람들과 천상의 신들을 연결해주는 안테나(antenna)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신목은 산 중턱이나 마을에 서 있는 경우가 많으며, 하얀 종이나 오색의 헝겊을 달아놓기도 한다. 지금도 신목은 마을 단위에서 신성시하며 보호하고 있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역사마을)에도 수령 600년의 신목이 남아있다. 나무 둘레에는 하얀 종이가 빼곡하게 매달려 있는데, 이곳을 찾은 사람들마다 간절한 소원을 적어 줄에 묶은 것이다.
신목 옆에는 돌무더기를 쌓아 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으며, 당집(민간신앙에서 신을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는 집)을 세워놓은 곳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솟대와 장승을 세우기도 했다.

관광정보
한국의 오래된 마을에서 신목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가운데 세계문화유산도 둘러보고, 신목도 함께 만날 수 있는 안동하회마을을 추천한다.
 
-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7시 (12~2월에는 오후 6시까지)
- 입장료: 2,000원 (어른 기준)
- 주소: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문의: 054-852-3588, www.hahoe.or.kr (한,영,일)
- 관광안내전화: +82-54-1330 (한,영,일,중)